Tuesday, November 22, 2011

내 나이 열아홉일 때였어요..



내 나이 아직 어린 열아홉일 때였어요..
`남아메리카 동굴 속의 유적` 같은 책을 책상 밑에 숨기고..
오전에 주어놓은  붉게 물든 잎을 책갈피 사이에서 만지작 거리곤 하던 어느날..  
학교 가을 축제의 날에..
내가 그린 그림에 대한 나의 생각을 들려주기 위해...
나는 그림 전시장에 서 있었습니다...
아직..내게 그림 안내를 요구하는 사람이 없어.. 우두커니 서있는데..
어린 여학생 하나가 나를 향해 똑바로 다가왔어요...
마치 점 찍어논 것처럼... 분명하게... 저에게로 곧장...
그러고는 말합니다..
"오빠~~ 그림 안내 좀 해 주시겠어요..!!
난.. 꼭 오빠가 안내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아무튼 안내를 맡았으니...몇마디 주절거리지 않을 수 없었겠죠..

그 때 내가 그에게 처음 건넨 말의 요점은 이런거였습니다...
그림은 그리는 사람은..어느 순간에...
그림의 대상으로 자신이 바라보는 사물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를 통해...조금씩 자신의 마음으로 본 세계를 확장하게 된다는 것.....
그래서 사람이 보는 사물이란 다 똑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


내가 했던 말과 말 사이에.. 그 여학생이 한마디씩 자기의견을 끼워 넣었습니다..
그것은 짧지만 매우 날카롭고.. 자극적이었고...나를 곤궁에 빠트렸습니다.. 
말이 이어질수록.. 나의 말은 점점 더 휘청거리고..점점 수심이 깊어지게 됩니다..
전시장을 반쯤 돌았을 때... 나는 내가그린 그림 앞에 서있었습니다...
나는 휘청거리는 나의 말을 바로 세우려는듯이... 애써 몇마디 보태보았습니다..
그러나 흩어짐없이 정갈하게 이어지는 그의 말에 그냥 무너지고 맙니다..
갈데가 없어지고...나의 자존감은 완전히 부서지고 말았죠...
촛점이 흐려지고...아무 생각도 할수 없고..나무토막처럼 굳어버렸습니다..
시장통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어지럽게 오고가고 있었을테지만...
그것은 비오는 날의 창밖 풍경보다 더 뿌옇게보이고...
아주 오랫동안 넋을 잃고 그렇게 서있기만 했죠...
한참만에..정신을 차려..저의 우스꽝스런 모양으로 서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서야..
한가지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가버렸나..?"
아직 움직이지도 않았고.. 고개도..눈동자도 아직 돌리지 않았지만...
고정된 망막 한쪽 끝으로.. 
아직 가지않고 문앞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런데...내가 그를 보고있다는 걸 어찌 알았는지..
기다렸다는듯이 두손을 모으고... 정중하게..천천히..깊히 수구려 내게 인사를 하고는..
바람이 빠져나가듯이 가볍고 빠르게 문밖으로 사라졌습니다..
..................
그게 내가 그를 본 마지막입니다...
나는 그 때 들은 충고들을 어렴픗히 기억합니다..
기억이라기보단 느낌으로 남아있습니다..



내 그림앞에서 무척 애를 쓰고있을 때..그는 이런식으로 말을 시작하였습니다...


마음의 노력을 멈추고.. 여길 봐봐..!

지금이순간에 머무르도록 해..!

마음으로 궁리하는 이것저것을 그만두고...그냥 봐봐...

거기에 본질이 있어..

오빠같은 붓쟁이가 그러려 하듯이...

마음이 보고...본 그 세상을 표현하거나...만들어가려하더라도...

그로인해...지금보다 뭔가 고결해지거나 나아지는 것은 없어..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아...

그 반대도 마찬가지야...

...........


내 나이..스무살에..
삶의 의미를 알고싶어...새로운 여정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나는 아직도 그의 말에대한 답을 찾고 있습니다..

난 아직도 그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여기 이 그림 안의 모습은 그를 닮은 것 같습니다..


아직 애띤 모습은..
그가 16세의 변하지 않는 몸을 지닌 다끼니와 같음을...

두 날개가 달렸음은... 
세속의 오염된 땅을 박차고  열반의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음을...

머리에 길다란 촉수가 달렸음은... 
지금 존재하고 앞으로 나타나게될 시공의 움직임을 명료하게 자각하고 있음을..

눈을 감고있고..긴 속눈섭을 휘날리는 것은...
항상 현상 너머의 본질을 바라보고 있고... 지극히 높은 견해를 지녔음을..

나뭇잎으로 가슴과 음부만을 가림은
거추장스러운 인습에 의지하지않고.. 본래 갖춘 자생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음을...

꽃을 깔고 앉음은...
그의 행위가 온갖 고귀한 아름다움으로 장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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